금년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가믐도 오랜 심한 한 해였다.
인근 텃밭에 이른봄 호박구덩이를 15군데 파서 거름을 주고
호박모종을 사다 심었다.
서울시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서울을 떠나 수도권 시골에 살다보니 할일도
마땅치 않고 소일거리도 없어 소방파출소인근 언덕배기를 30평정도 일구어
조그마한 경사진 텃밭을 만들었다.
매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일과처럼 건강삼아 텃밭에 나가 잡풀도뽑고
물도주면서 야채와 농작물을 가꾸는 재미로 하루를 소일한다.
초여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한달 가까이 호박과 야채에 인근 농로로
가는 수로에서 대조리 2개를 가지고 10회정도 물을 퍼다 뿌려주었다.
파란 조리 큰 것 2개로 한번에 10회정도 물을 주고 나면 등에 땀이
흐르고 양팔이 뻐근해 온다.
열심히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정성을 드렸더니 호박꽃이 만발하여
호박밭 밑에 있는 소방서 코스모스밭 까지 뻗어 호박밭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 8월 말경 15호 태풍 블라벤이 전국을 강타할 당시
호박밭위에 있는 수십년된 아까시아 나무 2그루를 넘어뜨렸다.
하필 오래된 아까시아 나무가 호박넝쿨이 울창하고 호박꽃이 만발한
호박밭에 넘어져 넓은 호박밭을 망가뜨렸다.
강한 돌풍을 동반한 태풍에도 이곳 주변 나무들은 넘어지지
않았으나 유독 텃밭위 언덕에 있는 아까시아 나무 2그루가 호박밭
으로 넘어져 뿌리가 뽑히고 검은 가지가 공중으로 들어나 흉물스럽다.
시청에다 이야기 해서 텃밭에 넘어진 아까시아 나무를 제거 해달라고
했더니 며칠 지나 나무기둥을 전기톱으로 자르더니 호박넝쿨이 상할가
해서인지 넘어진 까만 아까시아 나무가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텃밭에서 잘자라는 호박 밭에 아까시아 나무가 넘어져 호박밭을 망
가뜨려 자주가던 텃밭도 속이상해 10여일 동안을 가지 않았다.
그러던중 2개의 태풍도 지나가고 초가을 찬바람도 불어 날씨도 좋고 해서
가보니 넘어진 아까시아나무 밑에 늙은 호박3-4개가 누렇게 매달려 있으며
탁구공 만한 청록의 애호박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수십개 달려있다.
그후로 새벽에 호박 밭에 가서 호박넝쿨을 뒤져 애호박 2-3개씩을 따왔다.
추석명절에는 자식,며느리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호박밭에 가서
호박을 따서 이웃과 소방서도 주고 가족,사돈,친지들과 나누어 먹었다.
금년에는 2개의 큰 태풍으로 농작물 가격이 무척 올랐으며 채소,과일
값이 많이 올라 천덕구리 애호박이 귀중한 비싼 반찬거리가 되었다.
태풍으로 아까시아 나무가 호박밭을 덥쳐 시름이 컸으나 다시 꿋굿하게
일어나 탐스러운 열매를 계속 맺혀있는 애호박을 볼때마다 힘이 솓구친다.
칼럼니스트, 수필가 최 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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